안녕하세요. 꽃의 디테일을 아는 브랜드, 삼식이삼촌입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이 꽂히실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2월, 꽃 하나 건네기 좋은 계절이에요. 겨울 끝자락, 아직 바람은 차갑지만 꽃집 앞에는 슬슬 봄빛이 돌기 시작해요. 2월은 묘한 달이에요. 밸런타인데이, 졸업식, 설날.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 일이 유난히 많거든요.

꽃을 다루면서 2월이 되면 항상 같은 질문을 받아요. "지금 시기에 무슨 꽃이 예뻐요?" "선물용으로 뭐가 좋을까요?"
오늘은 2월에 선물하기 딱 좋은 꽃 다섯 가지를 소개해드릴게요.
[1]
튤립
Tulip

2월 하면 튤립이에요.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자,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장미 다음으로 많이 찾는 꽃이죠.
튤립은 오스만 제국에서 처음 재배되기 시작했고, 16세기에 네덜란드로 건너갔죠. 그 이후로 벌어진 일은 역사에 남았어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 파동'이 일어난 거예요. 희귀 튤립 구근 하나가 암스테르담 운하 근처 저택 한 채 값과 맞먹을 정도였대요. 인류 최초의 투기 버블이라고 불리는 사건이에요. 꽃 한 송이에 집 한 채 값을 매겼던 시대가 있었다니, 튤립이 얼마나 사람을 매혹시켰는지 알 수 있죠.
튤립의 가장 큰 매력은 색 선택의 폭이에요. 빨강, 핑크, 화이트, 옐로우, 퍼플, 오렌지, 심지어 블랙에 가까운 딥퍼플까지. 전하고 싶은 감정에 따라 색을 고를 수 있어요.
빨간 튤립은 '사랑의 고백'이에요. 밸런타인데이에 장미가 부담스럽다면 빨간 튤립이 딱이에요. 장미보다 부드럽고 캐주얼한 느낌이거든요. 핑크 튤립은 '배려와 애정', 화이트는 '순수한 마음', 옐로우는 '밝은 에너지와 우정'. 꽃말을 몰라도 색 자체가 감정을 전해줘요.
선물할 때 팁을 드리자면, 튤립은 한 색으로 10송이 이상 묶어서 주는 게 가장 예뻐요. 여러 색을 섞는 것보다 단색 다발이 훨씬 세련돼 보여요. 화병에 꽂으면 줄기가 계속 자라면서 고개를 숙이는데, 그 자연스러운 곡선도 튤립만의 매력이에요.
[2]
프리지아
Freesia

프리지아는 향기로 기억되는 꽃이에요. 한 송이만 있어도 방 안에 향이 퍼져요.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비누 같기도 하고 과일 같기도 한 그 향.
19세기 독일의 식물학자 프리드리히 프리제의 이름을 딴 꽃이에요. 프리제는 식물학자이자 의사였는데, 그의 친구인 덴마크 식물학자 에클론이 우정의 의미로 이 꽃에 친구의 이름을 붙였대요. 그래서인지 프리지아의 꽃말에는 '우정'이 있어요. 친구에게 선물하기 참 좋은 꽃이죠.
2월에 프리지아가 특히 인기 있는 이유는 계절감이에요. 아직 추운 바깥과 달리, 프리지아의 밝은 노란색과 향기는 봄이 성큼 다가온 기분을 줘요. 화이트, 퍼플, 핑크 품종도 있지만 노란 프리지아가 가장 클래식하고 인기 있어요.
선물 방법도 다양해요. 프리지아로만 이루어진 꽃다발도 예쁘지만, 다른 꽃과 섞어 만들어도 좋아요. 프리지아가 들어가면 꽃다발 전체에 향이 입혀져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거든요. 졸업식 축하 꽃다발에 프리지아를 넣으면 센스 있다는 소리 들어요.
화병에 꽂을 때는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한 곳에 두세요. 향이 강한 꽃이라 좁은 공간에 두면 향이 과할 수 있어요. 거실이나 넓은 방에 두는 게 좋아요. 물만 잘 갈아주면 일주일 넘게 향기를 즐길 수 있어요.
[3]
동백
Camellia

동백은 한겨울에 피는 꽃이에요. 대부분의 꽃이 봄을 기다릴 때, 동백은 차가운 바람 속에서 먼저 피어나죠. 그래서 꽃말이 '겸양', '이상적인 사랑'이에요. 자기를 낮추면서도 묵묵히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꽃이에요.
동백과 관련된 유명한 소설이 있어요. 알렉상드르 뒤마의 《춘희(동백꽃 아가씨)》예요. 파리 사교계의 여인 마르그리트가 늘 동백꽃을 달고 다녔다는 이야기예요. 이 소설이 베르디의 오페라로 만들어지면서 동백은 유럽에서도 사랑과 헌신의 상징이 됐죠.
한국에서 동백은 더 깊은 감성이 있어요. 남해안과 제주도를 따라 피는 동백꽃 군락은 2~3월이 절정이에요. 겨울 바다와 빨간 동백의 대비가 정말 아름답죠. 선운사, 오동도, 제주 카멜리아힐. 동백 명소마다 2월이면 사람이 몰려요.
동백의 매력은 꽃이 지는 방식에도 있어요.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는 게 아니라, 꽃송이째 툭 떨어져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사무라이의 최후에 비유하기도 했어요. 화려하게 피었다가 미련 없이 지는 모습. 어떻게 보면 가장 멋있는 퇴장이죠.
선물용으로는 동백 분재를 추천해요. 진한 초록 잎 사이로 빨간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이 화병에 꽂으면 정말 근사해요. 잎에 윤기가 있어서 꽃이 다 지고 나서도 초록 가지 자체가 예쁘거든요.
[4]
매화
Plum Blossom

매화는 2월을 대표하는 꽃이에요. 아직 눈이 남아 있는 추위 속에서 가장 먼저 피는 꽃이거든요. '봄의 전령'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에요.
동양에서 매화의 위상은 남달라요. 사군자 중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죠. 매난국죽에서 매화가 맨 앞인 이유가 있어요. 추운 겨울을 견디고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인내와 절개의 상징이거든요. 조선 시대 선비들은 매화를 각별히 사랑했어요. 퇴계 이황은 매화를 평생의 벗으로 삼았다고 해요. 임종 직전에도 "매화 화분에 물을 주거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예요.
2월에 매화를 선물하면 시즌감이 확 살아요. 특히 작은 매화 분재를 선물하는 게 요즘 트렌드예요. 긴 가지에 작은 꽃봉오리가 맺혀 있는 모습이 공간에 놓이면 동양화 한 폭 같거든요. 미니멀한 인테리어에 매화 화분 하나면 분위기가 확 달라져요.
설날 선물로도 매화만 한 게 없어요. 부모님 댁에 매화 가지 한 아름 가져가면 어떨까요?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선물이에요. "올해도 건강하세요"라는 말보다 매화 한 가지가 더 진심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화병에 꽂을 때는 키가 큰 화병이 어울려요. 가지의 곡선을 살려서 꽂으면 자연스럽고 멋있어요. 물에 꽂아두면 봉오리가 하나둘 피어나는 걸 볼 수 있어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집 안에서 지켜보는 거죠.
[5]
히아신스
Hyacinth

히아신스는 작지만 강렬한 꽃이에요. 향과 색이 둘 다 진하거든요. 작은 화병 하나에 꽂아도 존재감이 확실해요.
2월에 히아신스가 좋은 이유는 구근 식물 특유의 초봄 감성이에요. 흙에 심긴 구근에서 싹이 올라오고, 꽃대가 자라고, 작은 꽃들이 송이송이 피어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거든요. 그 과정 자체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느낌이에요.
색상은 퍼플, 핑크, 화이트, 블루 등 다양해요. 특히 퍼플 히아신스는 색감이 깊고 향이 진해서 가장 인기 있어요. 화이트는 깔끔하고 우아한 느낌, 핑크는 사랑스러운 느낌을 줘요.
선물용으로는 구근째 화분에 심긴 히아신스를 추천해요. 절화보다 오래 즐길 수 있고, 꽃이 피어나는 과정까지 선물하는 거니까요. 투명 유리 화병에 수경 재배하는 것도 요즘 유행이에요. 뿌리가 물속에서 자라는 모습이 보여서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예쁘죠.
작은 사이즈라 테이블, 창가, 책상 위에 놓기 딱 좋아요. 향이 강해서 넓은 공간보다 아늑한 곳에 두면 은은하게 퍼져요. 예쁜 카페 같은 분위기를 집에서 느낄 수 있어요.
밸런타인데이에 연인에게, 졸업식에 친구에게, 설날에 부모님에게. 2월에 마음 전할 일이 있다면, 히아신스 한 분 어떨까요?
[6]
2월의 꽃을 오래 즐기는 법
2월은 늦겨울이지만 꽃에겐 이른 봄이에요. 잘 관리하면 일주일 이상, 구근 화분은 한 달 넘게 즐길 수 있어요.
물 관리: 절화는 이틀에 한 번 물을 갈아주세요. 물을 갈 때 줄기 끝을 사선으로 1cm 정도 잘라주면 물올림이 좋아져요. 화분은 겉흙이 마르면 주세요.
온도: 2월에 실내 난방을 세게 틀면 꽃이 빨리 져요. 꽃은 서늘한 환경을 좋아해요. 18~20도 정도가 적당해요. 히터 바람이 직접 닿는 곳은 피해주세요.
위치: 밝은 간접광이 드는 곳이 좋아요. 직사광선은 꽃잎을 빨리 시들게 해요. 창가에서 살짝 안쪽이 딱 좋아요.
같이 두면 안 되는 것: 과일이에요. 사과, 바나나 같은 과일은 에틸렌 가스를 내뿜는데, 이게 꽃을 빨리 시들게 해요. 과일 바구니 옆에 꽃병 놓지 마세요.
2월은 아직 춥지만, 꽃은 이미 봄을 준비하고 있어요. 추위 속에서 가장 먼저 피는 매화처럼, 작지만 향기 가득한 히아신스처럼.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은 2월. 말로 다 못하는 감정이 있다면, 꽃 한 송이 건네보세요.